[책마을] 스탈린·마오쩌둥…1인 통치자는 늘 재앙 부른다

입력 2017-10-26 19:15   수정 2017-10-27 07:24

강한 리더라는 신화

아치 브라운 지음 / 홍지영 옮김
사계절 / 600쪽 / 2만9800원



[ 서화동 기자 ]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가 사망하자 스페인은 극심한 긴장상태에 직면했다. 40년 넘게 이어진 권위주의 통치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기득권층과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반프랑코 좌파가 대립했다. 이때 총리가 된 아돌포 수아레스는 협박과 배제 대신 대화와 설득, 협상을 통한 연대와 연립을 지향한 합의추구형 리더였다.

수아레스 총리는 공산당과 사회노동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입헌군주제를 인정하게 했다. 대신 ‘스페인의 다원성’을 강조하며 이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군부와 기득권층을 설득했다. 특히 석유파동 이후 경제·사회적 혼란이 가중된 1977년 그가 이뤄낸 ‘몽클로아 협약’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협약 중 하나로 평가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광범위한 협상을 거쳐 의회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몽클로아 협약은 임금 인상 요구를 완화해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표현의 자유 보장부터 피임 합법화까지 정치·사회적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강한 리더라는 신화》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강한 리더가 이기는 것인지, 이기는 리더가 강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수아레스 총리는 프랑코 정권에 협력한 ‘적폐세력’이었지만 독재자가 사망하자 민주적인 체제로의 전환을 지향했다. 이 과정에서 대립하는 세력을 억누르기보다는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여 중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치 브라운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그래서 “강한 리더가 위대한 리더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책의 취지는 제목에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강한 리더’라는 개념은 환상이나 신화일 뿐이니 속지 말라는 얘기다.

저자는 리더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중 재정의형 리더와 변혁적 리더는 성공한 리더로 분류된다. 혁명적 리더, 권위주의적 리더, 전체주의적 리더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다. 저자는 이를 20세기 이후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를 통해 설명한다.

재정의형 리더는 기존 관념에 도전해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다시 정의하고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온 리더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영국의 마거릿 대처, 독일의 헬무트 콜, 대만의 장징궈 총통이 여기에 해당한다.

뉴딜 정책으로 미국을 대공황의 소용돌이에서 건져낸 루스벨트는 ‘노변담화’로 유명한 대국민 라디오연설과 집권 12년 동안 사흘에 한 번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사기를 진작했다. 대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진해온 복지정책을 멈추고 영국을 시장이 주도하는 국가로 바꿔놨다.

변혁적 리더는 한 나라의 정치·경제체제나 국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 리더다. 이를 위해선 기존 체제를 해체하고 질적으로 향상된 새로운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스페인의 수아레스 총리를 비롯해 러시아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중국의 덩샤오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등이 이런 범주에 든다. 고르바초프는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했고 덩샤오핑은 중국에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비해 혁명, 권위주의, 전체주의를 표방한 리더들의 실적과 말로는 비참하다. 폭력을 수반하는 혁명 리더가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뒤에는 형태만 다를 뿐 권위주의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러시아 혁명 후 소련이 대표적이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혁명 후 수백만 명을 체포, 구금, 살해했다. 마오쩌둥도 대약진운동 시기에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

다양한 리더십 유형의 실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좋은 리더십, 위대한 리더십을 찾기보다 ‘유능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그에 따르면 리더는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유능한 리더란 집단의 당면 목표 달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구성원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재앙 수준의 나쁜 의사결정이 무제한의 권력을 가진 독재자로부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 1인 통치자로부터 나온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며 “강한 리더라는 신화는 면밀한 검토 앞에서 항상 무너지고 만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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